일본 소프트뱅크가 추진하던 54억 달러(약 7조 4000억 원) 규모의 ABB 로봇 사업 부문 인수가 중국 정부의 벽에 막혔습니다. 지난해 10월 인수 합의 이후 올해 2월 중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며 순항하는 듯했으나, 최종 단계인 국가 안보 심사에서 불허 통보를 받았습니다.
중국 규제 당국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이번 인수가 중국의 공급망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오픈AI 등 인공지능 모델 학습에 중국 내 로봇 데이터가 활용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BB는 중국 내 고객용 로봇의 90% 이상을 생산하며 1만 2700명을 고용하고 있는 핵심 기업입니다. 상하이 푸둥에 1억 5000만 달러를 투입한 로봇 메가 팩토리를 건설하는 등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만큼, 현지에서 개발된 로봇 기술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인수가 무산되면서 로봇과 AI를 결합한 '피지컬 AI' 분야를 선점하려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전략적 구상도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앞서 당국은 NDRC 심사 과정에서 ABB 로봇 사업 일부 매각과 지식재산권의 중국 내 유지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며 타협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