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정년 이후 소득 공백기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구일수록 공적연금을 조기에 수급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61~1964년생의 정상 수급 나이가 63세로 늦춰지면서 60세 이후 최대 3년의 제도적 공백기가 발생하는데, 이 시기를 대하는 방식에서 가구별 격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정년 전 중위소득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린 가구의 공적연금 조기 수급률은 26.5%에 달했습니다. 반면 소득이 절반 미만으로 떨어진 취약 가구의 수급률은 18.1%에 그쳤습니다. 실제 수급액에서도 차이가 컸습니다. 여유 있는 가구의 월평균 수급액은 191만8천원이었으나, 취약 가구는 52만7천원에 불과해 약 3.6배의 격차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제도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소득 은퇴자들은 자녀나 배우자의 직장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연간 소득 합계를 2천만원 이하로 맞추려는 전략적 선택을 합니다. 반면 저소득층은 국민연금 급여액이 52만4550원을 넘거나 소득재분배급여가 26만2270원을 초과할 경우 기초연금이 깎이는 제도적 모순 때문에 오히려 연금 수급을 기피하는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조기노령연금이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연 6%씩 감액되어 5년 조기 수급 시 최대 30%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에 필요한 만큼만 받는 부분연금제를 도입하고, 실업크레딧과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을 확대해 가입 이력을 두텁게 채워주는 사후 예방책이 시급합니다.